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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정론 칼럼〕
사람을 미워하는 일은 쉽다. 사랑하는 일은 어렵다. 더 어려운 것은, 사랑할 수 없을 때조차 품는 일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까지도 품고, 눈앞의 이익보다 군정, 백년대계를 우선 그리는 사람. 주위의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군민만을 바라보는 사람. 권력의 자리를 탐하는 자가 아니라, 책임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사람.
그런 ‘통 큰 군수’는 어디에 있는가. 말의 정제도, 글의 이해도 갖추지 못한 채 권력을 꿈꾸는 일은 가벼운 욕망일 뿐이다.치열한 기획과 수천의 검토, 한 줄의 승인에도 공동체의 운명이 실리는 자리. 그 무게를 감당할 준비 없는 도전은 결국 책임 없는 야심에 불과하다 의령군의 행정은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어떤 이는 혈연의 등에 기대어 나오고, 먹고 배부르니 군수나 한번 해볼까 하고 나오고어떤 이는 상대의 사법리스크, 약점을 파헤치면 승산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또 어떤 이는 주변에서 떨어질 떡고물을 노리는 이들의 속삭임 속에서 방향조차 잃고…
지난 2022년 TV 토론장의 공기를 가르며 “고속도로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이 울려 퍼졌을 때, 그것은 비전이 아니라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그 말은 중진 국회의원이나 장관쯤 되어야 입에 올릴 수 있는 이야기라며, 감당할 수 없는 꿈을 말하는 허황한 수사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움직여 왔다.시대를 앞서는 말은 먼저 조롱을 통과하고, 비전은 늘 현실주의의 이름으로 억압당한다. 어제의 불가능이 오늘의 상식이 되고, 조롱받던 상상이 결국 시대의 방향을 정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해 왔다.
그런데 지금 더욱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거대한 미래를 비웃던 자리 한켠에, 정작 행정의 무게를 한 번도 온전히 감당해 보지 못한 이들마저 권력의 문턱을 서성이고 있다는 현실이다. 공적 책임의 깊이를 모르는 가벼움이, 공동체의 운명을 논하려 들고 있다. 정치는 비웃는 기술이 아니라 감당하는 능력이다.비전을 조롱하는 일은 쉽지만, 미래를 책임지는 일은 어렵다.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과연 누가, 말의 크기가 아니라 책임의 무게로 공동체를 이끌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냉소가 아니라 역량이며, 조롱이 아니라 책임이다.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고스란히 의령군의 미래가 될 것이다.
정치가 사명이어야 할 자리에 계산이 들어서고,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자리에 개인의 셈법이 앉아 있다. 참으로 딱한 풍경이다.
지금 의령은 소멸의 문턱에서 망설이고 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인구는 줄어들고, 선택은 점점 무거워진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공동체는 결코 평범한 지도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위기를 넘어설 인물, 나를 던질 인물을 필요로 한다.
434년 전, 이 땅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가 생존을 계산할 때, 생애를 내려놓은 이들. 이름도 남기지 못했어도 나라를 위해 모여든 사람들. 그들은 곽재우의 붉은 깃발 아래 모였다. 직위도 없었고, 보장도 없었으며, 승리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한 가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책임은 누군가가 반드시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
오늘의 의령에 그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공동체의 생존 앞에서 자신의 안위를 먼저 내려놓을 사람은 누구인가. 권력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나설 사람은 누구인가. 지금 후보들의 얼굴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결단인가, 계산인가. 사명인가, 욕망인가. 의령은 더이상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능숙한 정치인이 아니라, 큰 그릇의 지도자다.사람을 가르지 않고, 시대를 읽고, 공동체를 위해 스스로 비울 줄 아는 사람.
의령은 지금, 통 큰 군수는 없는가.
통 큰 입체적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제, 그가 개간한 발해농장 배수로 길이만 16km, 의령이 낳은 위대한 독립운동가. 그는 싸움으로 조국을 지켰고, 마지막 순간에는 마음으로 민족을 지켰다. 86번의 생사를 넘나드는 모진 고문 끝에 풀려난 지 몇 시간, 모진 고문으로 얼굴이 함몰된 체, 생의 끝자락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나를 독립군이라 일본 순사에게 알린 그 사람을 해치지 마라”. 그도 우리 동포다.”
원한을 남기지 않은 투쟁, 미움을 품지 않은 저항. 백산에게 독립은 단지 나라의 해방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도달해야 할 가장 높은 경지였다.
그 어떠한 능욕 모욕감 모멸감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는 한사람 의령은 지금, 그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