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정론마당

경고한다…농민의 땀 위에 세워진 신뢰는 가볍지 않다

의령정론 기자 입력 2026.02.23 13:39 수정 2026.02.24 11:56

2022년, 의령농협양파 ‘증발’ 논란은 단순한 재고 관리 문제로만 넘길 수 없는 깊은 질문을 지역사회에 남겼다. 35억 원 규모로 거론되는 손실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서류도 숫자도 아닌 사람이다.

한여름 내리쬐는 햇볕 아래서 묵묵히 흙을 일구는 농민들. 말없이 땀을 흘리며 계절과 싸우는 그 손길, 그 발걸음, 그 눈빛 말이다.
피땀 어린 농산물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는 사실 앞에서, 어떤 설명이 과연 충분할 수 있겠는가. 협동조합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기업 이전에 신뢰를 관리하는 조직이다. 경영은 결과로 말하고, 책임은 직위가 아니라 구조 전체가 함께 지는 것이다. 그럼 에도 책임의 무게보다 해명의 기술이 앞서는 듯한 모습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조직의 위기가 아니라 신뢰의 위기다.
조합은 어려울수록 지혜를 짜내고, 손실이 발생했을수록 더 투명하게 설명하며, 가능하다면 단 한 푼이라도 농민에게 돌려주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협동조합 정신의 최소한이기 때문이다.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이 면책이 되는 순간, 책임의 사슬은 끊어지고 조직의 근간은 흔들린다. 관리 권한과 책임 범위가 분리된 조직은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된다. 그때 피해는 언제나 말 없는 순박한 농민들에게 돌아간다.
생각해 보자.농민의 생산물을 맡아 관리하는 조직에서 관리 부실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라 신뢰 계약의 붕괴다. 신뢰는 계약서보다 오래가지만, 무너지기는 훨씬 빠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지금부터다. 이번 일이 한 조직만의 문제로 끝난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지금 의령 관내 다른 농협‧축협‧산립조합 등 조직들은 과연 내부 통제와 책임 체계를 스스로 점검하고 있는가.
“우리는 다르다”는 말이 아니라, “우리는 점검했다”는 증거가 필요한 시점이다. 농민의 땀은 숫자로 환산되지만, 신뢰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신뢰가 무너지면 결국 숫자도 무너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점검이다. 책임 회피가 아니라 구조 개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농민의 노동이 결코 가볍게 취급되지 않는다는 분명한 증명이다. 지역의 모든 협동·금융 조직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에게 맡겨진 것은 자산이 아니라 신뢰라는 사실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는가.

동일 선상에서 보자,
공적 자금의 사유화, 공동체 신뢰를 좀먹는다, 반복되는 법인카드 사적 사용 의혹… 지금은 침묵이 아니라 전면 점검의 시간이다.
지역 금융 협동 조직 수장들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 부적절한 집행, 그리고 규정 위반 의혹들이다. 사실 여부는 철저한 조사로 가려질 문제다. 그러나 의혹이 반복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공동체에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법인카드는 편의가 아니다. 공적 책임의 물적 형식이다.
그 한 번의 결제에는 조합원의 신뢰, 농민의 노동, 지역경제의 숨결이 함께 담겨 있다.
그럼에도 이를 사적으로 소비하는 일이 관행처럼 굳어졌다면, 그것은 단순한 회계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가 위임한 권한을 사적으로 전용하는 행위이며,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을 갉아먹는 구조적 균열이다.

협동 조직의 본질은 ‘공유된 책임’이다. 누군가의 권한은 모두의 신뢰 위에 세워진다. 그 신뢰를 사적 편의로 바꾸는 순간, 직함은 남아도 정당성은 사라진다. 역사는 반복해서 말해왔다. 공공성을 잃은 조직은 외형보다 먼저 내부에서 붕괴된다고. 그리고 그 붕괴는 언제나 사소한 무감각에서 시작된다고. “관행이었다.” “규정이 모호했다.” “큰 문제는 아니다.”
이 모든 말은 책임의 언어가 아니라 회피의 언어다.공동체는 변명을 기억하지 않는다. 책임을 기억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어가 아니라 점검이다. 침묵이 아니라 공개다. 형식적 해명이 아니라 구조적 개혁이다. 모든 금융·협동 조직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법인카드 한 장의 사용이 과연 규정뿐 아니라 양심에도 부합하는가. 내부 통제는 살아 있는가. 감사는 형식이 아닌 실질인가. 권한은 절제되고 있는가.

경고한다, 공적 자원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순간, 그것은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그리고 신뢰를 잃은 조직은 겉으로는 존속해도 이미 존재 이유를 잃은 것이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다음은 경고가 아니라 심판의 시간일 것이다.
2022년 의령농협 양파사건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한여름 내리쬐는 햇볕 아래서 묵묵히 흙을 일구는 농민들. 말없이 땀을 흘리며 계절과 싸우는 그 손길, 그 발걸음, 그 눈빛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독자



저작권자 의령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