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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론마당

〔사람의 향기〕

의령정론 기자 입력 2026.03.02 08:31 수정 2026.03.02 08:32

거칠어진 손

용덕면 홍영기 씨 이야기

악수를 나눌 때마다 나는 한없이 고개를 낮추게 된다. 용덕면에 사는 홍영기 씨의 손은 말이 없지만 많은 것을 말해준다. 거칠고 두툼한 손바닥. 손금마다 패인 세월의 고랑. 그 손은 한 해 농사의 기록이자, 한 인간의 성실함이 켜켜이 쌓인 증표다. 그는 이 고장의 대농가다.그러나 규모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마음의 넉넉함이다.
해마다 빠짐없이 이어가는 불우이웃돕기, 누가 보지 않아도 묵묵히 감당하는 나눔의 실천.
그에게 근면은 구호가 아니라 생활이다. 성실은 장식이 아니라 습관이다. 어느 날, “농사 잘 지었다”며 쌀 한 가마니를 덜렁 내 차에 실어주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쌀포대의 묵직함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것은 친구의 마음이었다.

돌아오는 길,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부지런히 땀 흘려 일군 결실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사람 앞에서 내 삶은 얼마나 성실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거칠어진 손은 거친 인생의 흔적이 아니다. 그것은 책임의 무게를 감당해온 사람의 훈장이다. 그 손에서 나는 흙냄새와 함께 사람의 향기를 맡는다.

요란한 말보다 깊은 침묵으로, 화려한 약속보다 꾸준한 실천으로 자기 자리를 지켜온 한 농부의 삶.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런 손들 위에 놓여 있는지 모른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묵묵히 공동체를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 홍영기 씨와 악수할 때마다. 나는 다시 겸손을 배운다. 그리고 다짐한다.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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