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의 품격은 그 땅이 간직한 역사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역사는 저절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새롭게 쓰여진다.
의령은 결코 평범한 고장이 아니다. 이곳은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들고 일어난 곽재우 장군의 붉은 깃발이 휘날리던 땅이다. 바로 434년 전 임진왜란의 첫 의병이 일어난 곳, 대한민국 의병정신의 발원지다.
그날 이후 의령의 역사는 늘 ‘깨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이어져 왔다. 나라가 어려울 때는 의병이 되었고, 시대가 어두울 때는 양심이 되었으며, 지역이 흔들릴 때는 중심을 잡는 기둥이 되었다.
오늘 우리는 총과 칼을 들고 싸우는 시대에 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에서 역사의 시험대 위에 서 있다. 지방은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 흔들리고 있고, 공동체의 미래 또한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의령이 지녀온 의병의 정신, 곧 공동체를 지키겠다는 책임과 결단이다. 역사는 위대한 영웅 한 사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이 깨어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오늘 우리가 하는 작은 선택 하나, 책임 있는 말 한마디, 공동체를 위한 작은 실천 하나가 훗날 의령의 역사 속 한 줄로 남게 될 것이다. 의병의 깃발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도 우리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여야 할 정신이다.
그렇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또 하나의 의령을 만들고 있다.그리고 바로 지금, 우리는 의령의 역사를 쓰고 있다.
용덕면 현담 주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