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의령을 다시 묻는다 “내 고향 의령을 사랑한다.”
이 한 문장은 감상이 아니라, 한 시대를 관통한 정신의 선언이다.
경남의 작은 고을 의령. 그러나 이곳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다.민족의 말과 혼, 그리고 나라를 지켜낸 이름 없는 의지들이겹겹이 쌓여 오늘의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정신의 원류다.
우리는 알고 있다. 의령은 우리말의 뿌리를 지켜낸 이야기, 말모이(말을 모아 민족을 지킨운동)의 숨결을 품은 고장이다. 총칼보다 더 강한 것이 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민족의 언어를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삶을 던진 이들이 있었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의령 지정면 출신 고루 이극로 박사다. 조선어학회 간사장으로서 그는 불이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사전을 모았다. 그의 별명은 ‘물불’. 말 그대로, 물과 불을 가리지 않는 집념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조용하지만 위대한 후원이 있었다. 역시 의령출신 남저 이우식 선생. 조선어학회가 국어사전을 완성하기까지 물질과 정신을 아끼지 않았던 이름, 의령이 낳은 또 하나의 거목이다.
역사는 언어에서 멈추지 않았다. 부림면 입산마을에서 태어난 안희제 선생은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쳤고, 독립자금의 60%를 조달하며 나라의 숨통을 틔운 실천의 지도자였다. 그의 삶은 묻는다.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의령은 다시 뜨겁다. 의병축제가 한창인 이 계절, 전 생애를 내려놓고 홍의장군 휘하로 모여들었던 수많은 무명의 의병을 떠올린다. 곽재우장군. 나라가 무너질 때, 관군이 아닌 백성의 힘으로 역사를 일으킨 불세출의 의병장. 그의 붉은 옷자락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 그 자체였다. 더욱이 오늘의 의령은 그 정신의 맥을 잇는 특별한 인연을 품고 있다. 현 군수가 의병 17장령 중 한 사람인 오운 장군의 직계 후손(15대손)이라는 사실은 단순한 혈통을 넘어, 역사와 현재가 맞닿아 있음을 상징한다.
돌이켜보면,인류 역사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처럼 짧은 시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 기적의 근원은 무엇인가. 경제도, 제도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선 것은 단 하나, 언어의 통일, 그리고 정신의 공유다.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뜻을 이해하며, 같은 미래를 꿈꿀 수 있었기에대한민국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의령이 있었다.
의령은 작지만, 결코 작지 않다. 말을 지켜낸 고장, 나라를 살린 고장, 그리고 지금도 그 정신을 이어가는 고장. 의령을 가슴에 품은 모든 이들이여. 우리는 이미 위대한 유산 위에 서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 하나
그 유산을 기억하는 용기, 그리고 이어가는 책임이다. 내 고향 의령. 그 이름을 부르는 순간, 역사는 다시 시작된다.
〔의령 정론〕